중국 독점구조에 반기 든 브라질, 새 경쟁자로 등장
중국 독점구조에 반기 든 브라질, 새 경쟁자로 등장
글: 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
[하상섭의 글로벌 전망대]
‘21세기 석유’ 희토류가 불 지핀 신남미 지정학
중국 이어 매장량 세계 2위 브라질, 지난해 미국과 공급망 협력 합의
매장 자원은 풍부하지만 정제·가공 기술 구축 위한 해외협력 절대적
2010년 10월 31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連雲港) 항구. 근로자들이 희토류가 포함된 토사를 운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풍력 터빈, 군사용 장비 등 현대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전략 자원이다. 특히 전기차, 반도체, 재생에너지, 국방산업에 두루 쓰이는 핵심 소재라는 점에서, 희토류는 단순한 광물을 넘어 ‘산업안보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국제 정치 무대에서 희토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배경에는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극도로 집중돼 있다는 구조적 문제와, 이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70% 이상은 중국 한 국가에 집중돼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채굴 이후의 정제·분리·가공 능력까지 거의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희토류는 다른 원소로 대체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으며,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훼손이 발생하는 탓에 다수 국가가 자체 생산을 꺼려 왔다. 이로 인해 중국은 오랜 기간 환경 비용을 감수하는 대가로 희토류 공급망 전반을 장악해 왔고, 그 결과 세계 희토류 산업은 중국에 대한 구조적 의존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희토류 공급망 갈등이 본격화된 계기는 2018년 이후 격화된 미·중 무역 전쟁이다. 반도체·통신장비·원자재 등 거의 모든 전략 산업 분야에서 관세와 수출 제한이 이어졌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미국은 전투기, 레이더, 미사일 유도 시스템 등 핵심 국방 산업이 중국산 희토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됐고, 중국 역시 “희토류를 무기로 삼아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희토류를 전략 비축자산으로 분류하고, 호주·캐나다 등 동맹국들과 함께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다. 자국 내 희토류 정제 시설 재건, 해외 광산 투자, 기술 동맹 등 ‘탈중국’ 전략이 동시에 가동됐다. 유럽연합(EU)과 일본 역시 재활용 기술 개발과 수입선 다변화를 국가 차원의 과제로 설정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제도적 장치로도 구체화됐다. 중국은 2021년 ‘수출통제법’을 제정해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 물자의 수출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반면 미국과 EU는 2021년 무역기술협의회(TTC)를 출범시키고, 2023년 제4차 회의에서 핵심광물 공동 기준 마련에 합의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핵심광물 협의체인 ‘광물안보파트너십(MSP)’도 2022년부터 본격 가동됐다. 한국, 일본, 캐나다, 호주, 영국 등 14개국 이상이 참여해 희토류·리튬·니켈·코발트 등 전략 광물 공급망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TTC·MSP가 만든 희토류 연합 전선
한국 정부 역시 2023년 2월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하며 희토류·리튬·니켈·코발트 등 33종을 핵심 광물로 지정하고,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단순한 수입선 교체가 아니라, 재자원화·재활용·국내외 개발·국제협력을 포괄하는 복합 전략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2025년 10월 발표된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10대 전략 핵심광물(희토류 포함)의 재자원화율 2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범정부 희토류 공급망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희토류 수급 대응 센터 운영, 해외 자원개발 투자·융자 확대, 희토류 저감 기술 및 영구자석 재활용 강화, 공공 비축 확대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가장 최근의 상징적 사례는 2025년 중국 상무부(MOFCOM)가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다. 2025년 10월 9일 중국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인상에 대응해 희토류 및 관련 기술, 자석 제조 장비 등에 대한 수출 통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대상은 원자재를 넘어 정제·가공 기술과 완제품까지 포함됐고, 특히 ‘중국산 희토류가 포함됐거나 중국 기술로 가공된 제품’은 국외 생산품이라 하더라도 허가 대상이 되는 ‘역외적용’ 조항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을 뒤흔든 결정으로 평가된다. 이 조치 이후 유럽 자동차 산업과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 장비, 첨단 전자제품 제조업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했고, 희토류 기반 자석과 모터, 배터리에 의존하는 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은 즉각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 의존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채굴·가공 투자 확대, 재활용 기술 개발, 대체 소재 연구를 동시에 가속화하고 있다. 비록 2025년 11월 일부 규제가 1년 유예되며 제한적 수출이 재개됐지만, 글로벌 경제안보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매장보다 무서운 정제·가공의 지배력
희토류가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0년 중국의 대일본 희토류 수출 중단 사건이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 속에서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일시 중단하며 처음으로 자원을 노골적인 외교 무기로 사용했다. 이 사건 이후 일본은 호주·인도·베트남·카자흐스탄 등과 희토류 채굴 협력을 확대하고, 재활용 기술과 대체 소재 개발에 집중 투자해 왔다.
그러나 2025년 말 다시 중·일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희토류 보복 가능성이 다시 언급되고 있고, 일본 산업계는 여전히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구조적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희토류는 총 17개 원소로 구성된 전략 광물군으로, 이 가운데 네오디뮴·디스프로슘·터븀·이트륨 등은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군사용 정밀장비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들 원소는 미·중 패권 경쟁이 산업·안보 영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공급망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희토류가 ‘21세기형 석유’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희토류 공급망은 ‘매장 → 채굴 → 정제·가공 → 공급’이라는 다단계 구조로 이뤄진다. 문제는 이 전과정을 사실상 하나의 국가가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매장량, 채굴량, 정제·분리, 자석 제조 역량까지 사실상 전 세계를 지배하는 통합형 허브 국가다. 글로벌 희토류 정제의 3분의 2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진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브라질은 매장량은 풍부하나 채굴과 정제 역량은 아직 제한적이다. 미국은 과거 대표적 채굴국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생산이 급감했다가 최근 재가동에 나섰을 뿐, 정제 및 자석 가공 역량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호주·인도·러시아·동남아·아프리카 일부 국가들도 잠재 자원국으로 언급되지만, 대부분 원광 채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구조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단순히 매장량이 많다고 해서 곧바로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전략적 가치는 정제·가공 능력에서 발생하며, 이 영역을 중국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을 배제한 ‘완전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은 단기간에 실현하기 어렵다. 2025년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0%, 정제 능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국방 산업, 첨단 전자제품 산업 등에 필수적인 자원이기 때문에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일제히 탈중국화 전략을 추진하며 대체 공급원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지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다.
탈중국 공급망의 새로운 변수, 브라질-남미
브라질은 세계 희토류 매장량 2위 국가다. 특히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 고이아스(Goiás), 바이아(Bahia) 주 일대는 대규모 매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브라질의 매장량은 약 2100만톤 이상으로 평가되지만, 채굴 및 정제·가공 역량은 아직 중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정제·가공 파이프라인이 제한적인 탓에 현재로써는 ‘잠재적 공급원’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룰라 정부(2023년 3기 출범)는 이러한 자원 잠재력에 주목해 희토류를 ‘전략 광물(minérios estratégicos)’로 지정하고, 이를 국가 산업정책, 에너지 정책과 연계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중반 브라질 광물에너지부(MME)는 ‘정책 우선순위 광물 목록(Lista de Substâncias Minerais Prioritárias)’을 발표하며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을 에너지 전환과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광물로 규정했다. 같은 해 9월 발표된 ‘녹색 산업 전략(Estratégia Nacional da Indústria Verde)’에서도 희토류, 리튬, 니켈 등을 녹색 전환과 디지털화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강조했다. 이는 브라질 정부가 희토류를 국가 전략 산업의 기초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025년 10월 26일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7차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악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연방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브라질 주요 광물 주 중 하나인 미나스제라이스주 역시 2023년부터 희토류를 전략 광물로 간주하고, 주정부 산하 기업인 CODEMIG를 통해 희토류 탐사와 민간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 흐름은 연방정부 정책과 연계돼 있으며, 룰라 정부의 산업 다변화 및 지역 개발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와 더불어 2024년 초 브라질은 미국과 희토류 공급망 협력 회담을 통해 희토류를 전략적 자원으로 개발할 필요성에 대해 외교적으로 합의했다. 희토류 개발에 대한 국가의 직접 개입과 재정 지원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외국 기업들과의 협력도 국가 차원에서 조율되고 있다. 브라질 국영 광산 기업이자 세계적인 니오븀(niobium) 생산 기업인 CBMM, 세계 1~2위 철광석 생산 기업인 발레(VALE), 미나스제라이스주 개발공사 CODEMIG 등은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 금속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이러한 주정부 차원의 자원 개발 움직임과의 연계를 동시에 확대 중이다.
다만 브라질 역시 희토류 정제 및 가공 기술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브라질은 매장과 채굴 단계에서 중요한 잠재력이 있으나, 정제·가공 부문에서는 해외 협력이 필수적인 구조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 기업들과의 합작 투자 또는 기술 이전 형태의 국제 협력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브라질이 단순한 매장국을 넘어 공급망 기여 국가로 전환될 수 있을지는 이러한 협력의 성과에 달려 있다. ㅣ 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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