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사람이 채소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 [왓코노미]
“비건? 사람이 채소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 [왓코노미]
기후 위기 맞닥뜨린 지구를 위한 아주 사소한 실천
소극적 비건·비건 지향으로 살아가는 3人 인터뷰
“100% 아니더라도…작은 노력부터 시작합니다”

[파이낸셜뉴스] 비거니즘(Veganism)은 어렵습니다. ‘왜 어렵냐’고 묻는다면 육식을 기본값으로 두고 있는 사회문화와 비건을 위한 인프라 부족부터 시작해 사회적 인식, 의지와 현실 간의 간극 등 여러 가지 답변을 내놓을 수 있겠죠. 채소만 먹고 산다면 영양 불균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어려움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비거니즘을 완벽하게 실천하기가 어렵다’라는 문장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동물권이나 환경권을 위해 채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중에는 ‘완벽한 비건’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건 입문서인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그린 보선 작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가 비건 친화적으로 되려면 완벽한 비건 1명이 있는 것보다 불완전한 비건 100명이 있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기도 하죠.
최근 비거니즘 트렌드 역시 엄격함보다 실질적 적용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이거라도 하는 게 낫다’는 뜻으로 소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기자의 이야기를 해드렸는데요. 완벽하지 않아도 비거니즘의 가치를 지향하며 자신의 여건과 상황에 맞게 실천하는 우리 주위의 ‘불완전한 비건인’ 3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채식 지향 4년 차로 ‘어쨌든 오늘은 비건’을 독립출판한 작가 수련씨는 자신을 ‘비덩주의자’로 소개합니다. ‘비덩주의자’는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고 최대한 채식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데요. 수련씨는 “고기 없는 음식을 찾기 힘들고 비건식당이나 비건옵션도 적다 보니 타인과 함께하는 외식이 가장 어려웠다. 내가 민폐가 되는 기분이 들어 불편해졌고, 그래서 덩어리 고기만 먹지 않는 '비덩' 주의의 삶을 선택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직장을 다니며 평소에는 채식을 하되, 고기도 가끔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으로 3년째 사는 중이라는 임정우씨도 비슷한 이유를 들었습니다. 여자친구의 영향으로 비거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임씨는 자신을 '대충비건지향인'이라고 부릅니다. “회식은 물론이고 회사에서 점심을 먹을 때도 불편함을 느꼈다. 고기를 제외하면 점심에 먹을 수 있는 식사의 종류가 샐러드뿐이라 일하는 데도 영향이 있어 고심하다 최대한 채식을 하되 일상생활에서 불가피한 경우 고기나 생선을 먹는 쪽으로 '대충'하고 있다”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반나무씨의 경우, "나 비건 지향으로 살려고 노력 중이야"라는 말을 처음 꺼낸 건 2년 전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 비건 실천하기'와 같은 '간헐적 비건'에 도전하는 정도였는데요. 현재는 축소주의자로서 고기나 해산물,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적게' 먹는 것을 실천하는 중입니다. 반씨는 "100% 실천을 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완벽을 기하려고 하다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고 완벽한 비건 식사를 해내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것이 심적으로 어렵더라"며 축소주의가 불완전 하지만 비건 지향을 위한 하나의 방식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맛있는 게 이토록 가득한 세상에서 비건 지향의 길을 걷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음식이란 무척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이들의 공통점도 ‘고기를 좋아해서 비건을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반씨와 수련씨는 “치킨, 삼계탕 등 닭고기 요리를 정말 좋아해서 미루기만 했었다”, “원래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라 일부러 ‘흐린 눈’을 하고 (비건) 관련 정보는 찾아보지 않았다”라고 했고, 임씨는 "100% 완벽한 비건이 되려고 했다면 시도조차 못하고, 아직도 삼시세끼 고기를 먹는 ‘고기 매니아’였을 것"이라고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동물권 문제와 기후위기 등의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비거노믹스(Veganomics) 역시 성장하는 추세지만 '비건 지향'의 삶에도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반씨는 "한국 외식 문화에서 고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척 크기 때문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 식당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라며 "전보다 비건 식당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외국인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천공항에 비건 메뉴가 많이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임씨는 주변의 시선이 아직 불편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가급적 고기를 안 먹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유난 떤다'는 반응이 돌아와 기분이 좋지 않았던 적이 많다"라고 이야기한 임씨는 "비건 지향으로, 채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타인에게 비건을 강요하지 않고, 서로 불편해지지 않는 선에서 이들이 '비건 지향'을 유지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주로 혼자 식사를 할 때는 최대한 채식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먹을 때는 식단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씨는 "최근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는데, 혼자 먹는 기내식은 비건 식사를 신청해서 먹고 친구들과 식사할 때는 원하는 메뉴를 함께 먹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임씨는 앞서 말한 것처럼 회사 사람들이나 친구들과 먹을 때 외엔 채식을 유지하려 노력 중이고, 이를 위해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채식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수련씨도 "집에서는 가급적 채식으로 요리해 먹고, 만두나 마요네즈 등 비건을 위한 제품이 있다면 구매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라고 이야기했고요.

이들은 비건 지향의 삶에 대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불완전한 비건인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 비건 일상툰 책까지 출판한 수련씨는 "비건으로 살며 나를 더 많이 돌볼 수 있게 됐다. 일주일에 하루, 하루 한끼는 채식을 해보는 걸 권한다"라고 강조합니다.
비거니즘을 알게 해준 여자친구와 머지 않아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임씨도 "평소 먹는 것보다 고기를 조금 덜 먹는 것만으로 앞으로 살아갈 미래와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임씨는 "뉴스 등을 보면서 환경 문제 같은 것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 무력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기부를 하거나 재활용을 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기분이 든다"라는 소감을 전했고요.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욱여 넣을 때도 있었고, 끼니를 때우는 식으로 라면, 통조림햄 등 간편한 식품을 자주 먹었는데 사실을 이 모든 것이 내 건강에 좋지 않은 일이었다"라고 말한 반씨는 "비건 지향의 삶이 결국 궁극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자 나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게 특히 기분 좋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왓코노미 에코노미 ①기후위기와 소고기>
"소고기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왜냐면요"(2025년 4월 10일자)를 검색해보세요. |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비건? 사람이 채소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 [왓코노미]
“비건? 사람이 채소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 [왓코노미]
비거니즘(Veganism)은 어렵습니다. ‘왜 어렵냐’고 묻는다면 육식을 기본값으로 두고 있는 사회문화와 비건을 위한 인프라 부족부터 시작해 사회적 인식, 의지와 현실 간의 간극 등 여러 가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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