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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소설]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건데? 왜?”

赤松子 - 내 블로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26.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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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소설]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건데? 왜?”

작성자: 김동식 소설가
[디지털감성 작가 김동식 ‘초단편 소설’ ④]
커플 지킴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40년, 연인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앱의 이름은 역설적으로 촌스
러웠다. ‘커플 지킴이’. 하지만 그 성능만큼은 압도적이었다.
[ 여러분이 왜 헤어질지 미리 안다면, 피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수십 년간 쌓아온 AI 사용 데이터가 당신의 무의식까지 분석해 완벽한 시나리오를 제공합니다. 지금 당장 모든 이별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피하고자 노력하세요! 
홍보 문구로 앱을 접하게 된 지영은 이 앱을 맹신했다. 가까운 친구의 사례를 들었기에 더 그랬다.
“우리 커플이 헤어지게 될 이유 예상 1위가 뭐였는지 알아? 남자 친구가 근무 중에는 연락하지 않는단 점이었어. 발생 확률이 무려 72%였다니까? 2위가 겨우 19%인데! 그거 보고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지. 근무 중에 연락 못 하는 건 당연하다고 내가 받아들이고 허락한 문제였거든. 근데 어쨌든 AI가 분석한 결과라니까 남자 친구랑 대화를 계속해 봤다? 근데 대화하다 보니까 진짜더라. 내가 겉으로는 이해해 주는 척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나도 모르게 안에 쌓여 있었던 거야. 거짓말 안 하고 그날 남자 친구랑 밤새도록 대화했어. 웃겨, 둘이 막 울었다니까? 그러고 나니까 진짜 좋더라. 그날부터 남자 친구도 어떻게든 짬 내서 연락하려고 하고, 나도 가식 떨지 않고 솔직하게 좋다고 표현하고. 이전보다 사이가 더 좋아졌어. 지영아 너도 그 어플 꼭 써봐. 진짜로 이별을 예방한 기분이었다니까?”
꼭 친구의 추천이 아니더라도 지영은 원래 그런 것 자체를 좋아했다. 아무 근거 없는 ‘생일로 보는 궁합’ 같은 것도 찾아보며 재밌어하는 게 그녀였다. 반면 그녀의 남자 친구인 민수는 달랐다. 그는 그런 걸 거의 혐오 수준으로 싫어했다.
“난 그런 테스트 같은 걸 해보는 커플이 제일 한심해 보이더라. 얼마나 서로에게 확신이 없으면 자꾸 정답을 누가 알려주길 바라? 그리고 그렇게 정답만 쫓다 보면 온통 예측 가능한 일만 일어나는 연애가 될 텐데, 무슨 재미야 그게. 권태기만 빨리 오겠지. 타인과 함께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나날이 생기는 게 연애의 즐거움이라고.”
이렇기에 민수는 ‘커플 지킴이’ 어플 사용을 완강히 거부했었다. 결국 지영도 포기했었는데, 이제 와 갑자기 그 앱이 생각나 버렸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몰래 하는 수밖에.'‘커플 지킴이’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이용자의 ‘AI 사용 데이터 활용 동의’가 필요했다. 민수가 핸드폰으로 동의해 줄 리가 없었지만, 지영에게는 생각이 있었다. 예전에 민수에게 받았던 차량 보조키. 어느 평일 오전, 지영은 주차된 민수의 차에 몰래 잠입해 시동을 걸었다. 예상대로 민수의 구글 계정이 차량 AI에 연동되어 있었다. 미리 시뮬레이션까지 해왔던 그녀는 재빠르게 ‘AI 사용 데이터 활용 동의’를 해버린 뒤, 들키지 않기 위해 서둘러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곧장 집으로 향한 지영은 가는 길에 커플 지킴이 앱을 켜서 동기화를 시작했다. 지영과 민수의 20년 치 AI 이용 데이터 분석이 0%부터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게이지가 100%까지 차올랐고, 화면에 붉은 글씨가 떴다.
[ 분석 완료: 지영 민수 커플이 헤어질 확률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 Top 5 ]
큰 화면으로 보고 싶었던 지영은 일단 집에 도착한 뒤 노트북을 펼쳤다. 곧이어 시나리오 1위를 클릭하자, 마치 드라마처럼 현실 영상이 펼쳐졌다.
영상 속 지영은 거실에 앉아 미간을 찌푸린 채 전화를 걸고 있다.
‘왜 연락을 안 받아? 사람이 연락하기로 했으면 해야지, 왜 이렇게 약속을 안 지켜?
지영은 전화를 받지 않는 민수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끊임없이 전화를 건다.
화면이 전환되며, 한 호프집 안.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민수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 영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민수의 핸드폰을 조명한다. 미친 듯이 진동하고 있는 핸드폰 화면에 뜬 이름은 ‘지영♥’. 1분 간격으로 계속되는 진동에도 민수의 반응이 없다. 그저 친구들과 떠들며 핸드폰을 힐끔거리기만 하던 민수였는데 한순간, 폭발하듯 핸드폰을 집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깜짝 놀란 친구들이 뭐하냐고 할 때, 민수의 욕설 섞인 한탄이 흘러나온다.
‘제발 숨 좀 쉬자!’
그렇게 영상이 끝나며 뜨는 이별 이유 1위.
‘개인 시간을 존중해주지 않는 지영에게 폭발하는 민수’
시청 내내 놀라 벌어져 있던 지영의 입이 움직였다.
“내 잘못으로 헤어진다는 거야? 내가 친구들 얘기로 투정부린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게 핸드폰을 던질 정도로 스트레스가 될 거라고?"
지영의 표정이 어두웠다. 가장 가까이서 두 사람을 살펴본 AI가 계산한 1위니까, 민수의 저 행동이 마냥 가짜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이어서 2위를 눌렀다.
영상은 지영의 집 거실. 민수가 땀을 뻘뻘 흘리며 지영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지영아, 진짜 그 돈 돌려받을 수 있어. 녀석이 절대 돈 떼먹을 그런 놈은 아니야.’
‘근데 왜 연락이 안 되는데!’
‘그건….
영상 속 민수는 면목이 없는 얼굴로 입만 뻐끔거렸다. 지영은 차가운 얼굴로 쏘아붙인다.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나랑 상의도 없이 빌려줄 수가 있어? 같이 여행 가자고 2년 동안 같이 모은 돈이잖아. 오빠 마음대로 해도 돼?'
‘녀석이 하도 급하다고, 딱 하루만 쓰면 된다고 해서….’
‘그래서? 진짜 하루 만에 돌려줬어? 잠적했잖아! 진짜 정말, 믿기지 않는다. 오빠는 진짜….’
지영은 완전히 정떨어진 얼굴로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영상이 끝나며 뜨는 이별 이유 2위.
‘지영보다 친구들을 더 우선한다고 느끼게 하는 민수의 행동’
지영은 심각한 얼굴로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가끔 그렇게 느껴지긴 했어. 근데 진짜 설마 여행 자금 통장까지 손댄다고?”
AI가 만들어낸 가정에 불과하지만, 자동으로 헛웃음이 나올 만한 사례이긴 했다. 지영은 곧이어 3위를 눌렀다.
영상은 민수의 부모님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다. 민수의 말실수에 지영이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가볍게 농담을 던진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오빠는 다 좋은데 가끔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 탈이라니까요.'
한 번은 괜찮다. 그것이 1절 2절 3절까지 이어지는 게 문제다. 손가락질까지 해가며 민수를 골리던 지영은 어머니 표정이 굳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장면이 전환되며 차 안의 두 사람. 운전대를 잡은 민수가 폭발한다.
‘너는 우리 부모님 앞에서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겠어?’
‘내가 뭐?
‘사람을 머저리로 만들어놓고는 뭐가 뭐야? 내가 저번에도 말했었지? 농담이 농담처럼 안 들릴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그냥 웃기려고 하는 농담이잖아, 농담! 왜 이렇게 예민해?’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둘의 다툼이 격해지며 차가 갓길로 정차하는 장면으로 영상이 끝난다. 화면에 뜬 이별 이유 3위.
‘놀릴 일이 있을 때마다 과도하게 놀리는 지영의 버릇'
지영은 ‘그게 뭐라고’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살짝 반성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어쩌면 저런 일도 쌓여서 이별 이유가 될 수 있는 거니까.
“그래도 저런 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점이니까.”
3위를 본 지영의 표정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대신 4위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민수의 여사친 은주가 등장했으니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영상 속 장소는 한 칵테일 바. 민수가 은주에게 상담하고 있다.
‘여자친구 때문에 진짜 미치겠다. 너랑 만나는 거 알면 또 난리 날 걸?’
‘당연히 난리 나야지. 나라도 여사친 싫어. 너 여자 친구한테 잘해야 해. 너 같은 자식 누가 만나주냐.’
‘그러니까 넌 그렇게 말하잖아. 근데 그걸 몰라준다니까?’
민수가 본격적으로 불만을 토해내는 장면에서 화면이 전환. 집에 있던 지영은 친구의 연락을 받게 된다.
‘네 남자 친구가 웬 여자랑 여기 와 있는데, 너 욕하고 있다.’
분노한 지영이 칵테일 바로 쫓아가서 싸우는 모습에서 영상이 끝난다. 화면에 뜬 이별 이유 4위.
‘여사친을 이해 못 하는 지영과 여사친을 끊지 못하는 민수'
지영은 마치 영상 속 일을 실제로 겪기라도 한 것처럼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애써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해하려면 이해 못 할 것도 없긴 해.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라니까….”
마지막 5위도 확인했다. 5위는 확률 자체가 6%로 낮았는데, 그냥 단순히 ‘직장 문제로 장거리 커플이 되면서’였다. 모든 순위를 확인한 지영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더 보기’를 눌렀다. 원래 ‘커플 지킴이’ 앱이 권장하는 건 5위까지다. 그 외 이별 시나리오는 확률이 너무 낮아서 굳이 검토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지영은 6위~10위까지 영상도 철저하게 확인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한 번 더 ‘더 보기’를 눌렀고, 11위~20위까지도 확인했다. 그 레벨에서는 이별 예상치가 0.1% 단위임에도 말이다. 그리하여 나온 결론.
“어차피 방법이 없었네.”
지영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지영은 이미 이틀 전에 민수와 이별한 상태였다. 그날 밤새도록 울던 지영의 머릿속은 온통 후회뿐이었다. 내가 평소에 더 잘했다면 이별이 없었을까.
온통 자신의 탓만 같았던 지영은 ‘커플 지킴이’ 앱이 떠올랐다. 과연 막을 수 있었던 이별이었는지 꼭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굳이 20위까지 모두 확인해 봤지만, 거긴 그녀가 헤어진 이유가 없었다.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건데? 왜? 이유가 뭔데?’
‘미안하다 지영아. 모르겠어. 그냥... 마음이 식은 것 같아.’
‘뭐라고?’
‘그냥 마음이 식었어.'
지영과 민수의 이별 시나리오 20위권 안에 ‘그냥 마음이 식어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대단한 AI라 할지라도 사람의 마음이 ‘그냥’ 변하는 건 예측 불가능한 듯했다. 
지영은 허탈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노트북 화면의 팝업 메시지 때문이다.
[ 축하합니다. 당신 커플의 애정 등급은 ‘A급’입니다. 이별 시나리오 발생 확률이 1위도 13%에 불과합니다. 헤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천생연분 커플입니다. ]
AI의 그 멍청한 메시지가 그녀를 조금은 위로해 줬다. 헤어질 이유가 없는데도 헤어졌다는 건 그냥 마음이 식은 게 맞다는 거니까. 그렇다면 그건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내 잘못이 아니니까. 단지 마음이 식는 점이 다를 뿐인 거니까.
지영은 팝업 메시지의 확인을 누르지 않은 채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마음을 식혔다.
김동식
1985년 성남 출생. 부산 영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06년부터 서울 성수동 주물 공장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 2016년부터 인터넷에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고, 2017년 12월 27일 초단편 소설집 <회색인간>을 내며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2018년 제13회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사회 분야)을 수상했고, 강연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ㅣ 김동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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